20세기가 물질문명의 세기였다면 다가오는 21세기는 환경의 세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20세기는 과학기술의 눈부신 진보에 힘입어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이뤄진 한 세기였다. 인류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물질적인 성장과 풍요만을 추구하면서 자원과 에너지를 무절제하게 소모하고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면 21세기는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로마클럽의 보고가 있다.

특히 물 문제에 있어서는 수자원량은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물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부존 수자원 마저 수질오염이 심해져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 물 부족현상이 심각하디. 유엔의 보고에서도 2025년께에는 세계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30억 인구가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며, 물울 둘러싼 지역분쟁도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은 없어도 예부터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을 자랑으로 삼아왔다. 과거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했던 낙동강마저도 이제는 수질오염이 심각해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달아 있다. 이처럼 물문제는 생존을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량면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1990년에 리비아, 모로코, 이집트 등과 함께 물 부족 국가군에 포함될 정도였으니, 그 심각성을 국민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낙동강은, 특히 부산 경남주민에게는 유일한 수자원으로서 생명줄과 다름없는 중요한 존재인 만큼, 기필코 보존돼야 한다. 게다가 부산 경남주민들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낙동강 하류가 오염되어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자원이 낙동강 유역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싫으나 좋으나 낙동강 하류 물금지역에서 낙동강물을 끌어다 먹을 수 밖에 없다.

부산을 비롯한 낙동강 하류 유역주민들에게 주어진 분명한 사명은 낙동강 수질을 기필코 개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자신과 자손들이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발이든 무엇이든간에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라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낙동강보존회는 낙동강을 되살리기 위해 더욱 치열한 활동을 전개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낙동강보존회는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단체로 출발은 했으나, 창립한지 10년이 넘도록 안정된 운영을 해 왔다고는 볼 수 없다.

비온 뒤 땅 굳어지듯, 보존회와 같은 단체의 경우에도 안정기를 맞기까지에는 무수한 난관을 겪어야 하는 것이 성장의 필수 과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낙동강보존회가 타고난 성격상 그만한 것이든 굉장한 것이든 간에 제대로 할려면 적지 않은 경비가 들어간다.
평소 경비 마련은 이사들을 중심으로 해결해 왔다.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거나 주위에서 지원을 얻어서 문제를 해결해 온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특별히 강조할 사항은 외부 협조를 받는다고 했을 때 조차도 낙동강보존회라는 단체 명의가 아니라 이사나 회원개인의 명의로 지원을 받아 왔다는 점이다. 지원문제와 관련해서 대외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문제가 된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은 이같은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실제 계획했던 행사나 사업이라 해도 소요경비가 계획했던 대로 마련되지 않았을 때는 시행자체를 기꺼이 보류했다. 지난 날을 돌이켜 보았을 때, 낙동강보존회가 취해 왔던 관행은 역기능을 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장점으로서 순기능의 비중이 월등 높았다는 판단을 갖게 한다. 물론 이러한 결정으로 해서 꼭 필요한 행사를 제 때에 하지 못하고 뒤로 미뤘다가 끝내 무산시켜 버린 경우도 허다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단순히 경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사나 회원들 대부분이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분야에는 서툴렀다는 점, 어떻게 생각하면 자손대대로 깨끗한 낙동강을 물려 주어야 한다는 이상을 목표로 가졌기 때문에 대외 명분이나 개개인의 명예 등 현실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초월적인 태도를 지녔다는 점 등이 평소의 활동이나 회 운영에 적지 않은 비중으로 작용해 왔던 것이다.

그러한 경향은 상대적으로 낙동강보존회가 보다 더 일찍 안정된 기반을 쉽게 마련하고, 지금보다는 좀더 크고 활동이 활발한 단체로 성장하는데는 그만큼 제약으로 작용했을 지도 모른다. 낙동강보존회가 지금보다 더 큰 단체가 되지 못해 못마땅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성장과정 및 배경이나 재정 형편 등 여러가지 면을 따져 보더라도,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낙동강보존회가 가장 적합한 수준이라는 판단에 대해 대부분의 임원이나 회원들은 수긍할 것이다.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겪어 오는 동안 낙동강보존회는 그나름 존립기반을 갖추게 되었고, 흔히 말하는 경쟁력까지 자연스레 갖추게 된 것이다. 낙동강보존회가 기반과 경쟁력을 갖추게 된 시기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였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페놀사태를 비롯한 크고 작은 낙동강 오염사고들, 모두가 1990년대에 들어와 일어났다. 이들 사고를 통해 낙동강보존회는 그 때마다 필요한 지식과 이론을 바탕으로 즉각 대처해 왔고,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항은 누구보다 앞서서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보존회는 시민들과 지역의 여러 환경단체들에게 그 존재와 능력을 재인식시켜 줄 수 있었다.

낙동강보존회가 바라는 희망사항의 첫째는 시민들의 환경보호의식 고취이다. 시민의 깨어 있는 의식이야말로 환경운동의 바탕이라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어도 어쨌든, 첫번째 희망사항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성숙에 힙입어 자연스럽게 형성돼 오고 있다. 환경보호 의식의 확산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고, 여기에 고무된 낙동강보존회 이사와 회원들은 환경보호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각종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낙동강보존 정신의 확산에 더욱 힘쓰고 있다.

'우리도 깨끗한 물 마실 수 없나' 시민대토론회 개최같은 행사가 그러한 활동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낙동강 보존회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그 위상을 여실히 엿보게 하는 행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지역언론에서 사상유례없이 행사경비 모두를 지원한 거의 최초의 행사가 시민대토론회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미 언급한 행사들을 포함하여 규모가 크거나 작은 것을 가리지 않고, 많은 지역의 행사에 보존회는 적극 참여했다. 낙동강보존회가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임원 회원들은 모두 한마음이 되어 직ㆍ간접으로 노력을 아까지 않았다. 일일이 기록으로 밝히지는 못하지만, 그러한 숨은 헌신과 피땀어린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낙동강보존회가 있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그들은 이 땅의 주인으로 자라고 있는 후손을 걱정하여, 지금 이 시간에도 낙동강을 되살리기 위한 각종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그들은 낙동강보존회 회원인 것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활동하고 있을 뿐, 개인적인 명예나 이익은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다가올 새 세기에도 낙동강살리기에 나설 젊은이들 또한 선배의 평소 뜻과 행동을 받들어 자신의 젊을을 기꺼이 바칠 것이라 믿는다.

낙동강보존회는 낙동강이 흐르는 한 함께 살아 흐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