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접어 들어서도 낙동강을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부산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기업들 조차 자기네 영리에만 혈안이 됐지 그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해 준 부산과 낙동강이라는 자연환경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치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

1980년 3월 11일 정부 및 관계기관에 보낸 낙동강 개발에 대한 건의서에는 보존회의 입장과 낙동강 하구 개발에 관한 견해가 잘 나타나 있다.

전문을 요약에서 소개한다.

지금 낙동강 하구를 개발할려는 구상이 진행되고 있다. 낙동강보존회는 시민의 영원한 복리를 위해 개발과 자연보호의 두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우리들의 소신을 보다 과학적으로 주장하는 바이다. 이미 자연보호헌장에도 밝혀져 있듯이 '어떠한 경우에도 개발이 자연보호에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낙동강 하구와 같은 거대한 자연환경은 한번 파괴대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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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지역의 오염규제를 철저히 하고 있지 못한 현실정에서 하구언을 건설한다면, 상류에서 오는 오염된 강물과 토사를 완전히 방출하지 못하게 되어 시민의 생명선인 물금취수장의 식수원이 위협을 받게 된다. 이러한 현시점에서 낙동강 하구에 공업단지를 건설하려면 다음의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먼저 공업항의 건설에 필요한 기초조사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하고 있는 삼각주의 선단을 매립하여 공업항을 건설하려면
1.건기와 우기, 홍수 전후에 있어서의 유사량의 변화
2.표사의 기원
3.연안류,파랑,조류의 기록
4.홍수 전후,태풍전후의 삼각주의 발달과 변형 등 하구의 변형을 일으키는 요소들에 관한 10년내지 20년의 장기간에 걸쳐 계속적으로 시행하여 얻어진 조사자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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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관점에서 낙동강보존회는 낙동강 하구의 보존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건의한다.

1.환경보존을 위하여 대기오염, 수질오염 및 토사오염에 관한 기초조사를 장기간 실시해야 한다.
2.경제적인 국토개발을 위한 충분한 해류,표사,유사 및 수문조사를 해야 한다.
3.생태계의 변천에 관한 충분한 조사를 해야 한다.
4.위의 기초조사가 이루어진 후 낙동강 하구의 개발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1980년 3월 11일

낙동강보존회는 내적 활성화를 바탕으로 창립 네해째를 맞는 1981년께부터는 사업방향을 지금까지 계몽 중심 활동에서 벗어나 시민의 젖줄인 낙동강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많은 비중을 두기로 했다.

그동안 벌여온 탐조회를 비롯해 걷기대회, 전시회, 학술강연회, 토론회 등 많은 행사는 시민들에게 낙동강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완곡한 요청이었다.

수질개선을 위한 건의문 조차도 간곡한 표현을 쓰는 등 전반적으로 온건한 자세를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이같은 변화는 보존회가 지금까지와 같은 소극적인 자세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시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주는 데에도 미흡하다는 자체 평가에 따른 것이었다.


자체 평가를 바탕으로 새롭게 시도한 행사가 낙동강 변형어전시회였다. 이 전시회는 보존회가 낙동강과 관련된 많은 문제점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자세를 갖추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창립 3주년기념 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변형어전시회는 낙동강 풍물사진전과 함께 열렸는데 1981년 7월18일부터 23일까지 엿새동안 전시장을 찾은 인원이 5천여명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등이 굽은 민물고기 발견 사례들은 70년대 후반에 들어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려져 왔다. 변형어는 낙동강의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한가지인 농약을 과다 사용하므로 해서 나타나게 된 공해현상의 한가지이다.

변형어 전시회는 척추가 굽었거나 몸체가 변형된 각종 물고기를 시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수집해서 만든 표본을 보여 주면서, 이와 관련된 연구내용도 함께 발표해 전국적으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정부당국이나 기업들은 수질오염문제를 전혀 고려 대상에 두지 않았다. 정부당국은 오히려 수질오염문제가 정당한 언로를 통해 논의되는 길까지 차단하여, 관련된 자료의 공표 등을 못하도록 강력히 통제해 나갔다. 당국의 발표가 아닌 개별적인 관련 보도 등이 나오면 환경청은 엉뚱한 조사자료 들을 내세우며 무조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80년대는 시작됐고, 낙동강은 질식 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개발론자들의 농간에 놀아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놓이게 됐다.

한 동안 잠잠했던 낙동강 하구둑 건설문제는 제5공화국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1981년께부터 83년 사이에 게재된 낙동강과 관련한 언론 보도는 정부의 낙동강 하구둑 조기착공 의지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환경부의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협의회 구성 이야기, 하구둑 건설을 반대하는 세계적인 자연보호단체들의 결의와 움직임 등 다양했다. 낙동강은 세계적인 관심사의 하나가 된 것이었다.

• 하구둑 건설을 반대하는 세계 여론
  특히 81년 11월 국제조류보호회의 총회의 낙동강하구둑 건설 반대 결의는 국내에도 대단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 언론기과 모두가 하구둑 건설과 관련한 찬반토론을 다룰 정도로 큰 관심들을 보였다. 그러나 보도 태도는 한결같이 스스로 의견을 내세우기 보다는 전문가들의 찬반의견을 싣고는 그에 대한 타당성 등 전체적인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떠넘기는 식이었다.
  
  

  낙동강하구둑 건설문제가 이만큼이라도 비중을 갖게 된 배경에는 끊임없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결정을 신중히 하도록 촉구한 보존회의 활동이 큰 작용을 했다. 그리고 환경청이 1981년 6월 26일 개최한 '낙동강 수질보전을 위한 유관기관회의'라든지 부산시 등 관계기관에서 개최한 낙동강 관련 회의 등에도 오형근 회장과 이사들이 빠짐없이 참석해 보존회 나름의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보존회는 다음과 같은 요지로 일관되게 하구둑 건설의 부당함을 지적해 왔다.
  
  첫째, 하구둑을 막아서 낙동강 수위를 50센티미터 높여 농공업용수를 확보한다는 개발론자들의 주장은 허구이다. 막대한 토사와 오염물질의 퇴적으로 피해만 늘게 될 우려가 있다.
  
  둘째, 물금취수장의 염해나 김해지역 농업용수의 염해는, 구태여 하구둑같이 위험하고 여러모로 재난이 예상되는 엄청난 공사가 아니라도, 1년중 12월의 갈수기대 2-3주일 정도 안동댐의 수량조절만으로도 능히 극복할 수가 있다.
  
  셋째, 하구둑으로 인해 하구 이남의 해안에 토사가 매립되어 유로가 막힘으로써 준설공사를 연중무휴로 해야 될 사태가 올지 모른다
  
  넷째, 세계적 문화재로 꼽히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지역 생태계가 파괴되고, 천혜의 자연보고인 하구 연안의 어업 손실이 크게 우려된다.
  
  개발론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낙동강 하구일대에 공단을 건설하는 것이었던 만큼 보존회는 가덕-용원 일원의 해안 매립 및 항만 조성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하구둑 건설을 포함한 하구개발계획의 재로를 권유 하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발계획은 현실적인 사항에 대한 고려는 전혀 배제한 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가고만 있었다.

창립이래 정부를 상대로 벌여 온 하구둑 건설의 폐해와 그에 따른 문제점 및 대안 제시, 국민들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하구둑에 관한 여론 환기 노력은 신군부의 집권으로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 갔다.
보존회가 1982년 12월 조사한 �슘寧� 정리하여 정부에 건의한 '낙동강하구언 건설에 대한 부산시민 의식조사'도 실패한 작업 가운데 한가지였다. 부산시민 의식조사의 주요내용을 간추려 옮겨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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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낙동강 하구둑의 건설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인다 하더라도 이의 공사에 앞서

1.무엇보다도 식수원의 오염을 어따한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낙동강 유역에 있는 각종 공장의 공해방지시설을 사전에 강구해야 할 것이다.

2.또한 여름철 집중호우시에 발생될 대홍수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며, 천연기념물 제 179호로 지정된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3.낙동강 하구 부근에는 하구둑 이외의 개발 즉, 공업단지라든가 도시화가 더 이상 이뤄져서는 안되며, 이곳으로 하여금 시민의 휴식을 위한 자연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4.마지막으로 본 낙동강보존회가 지금까지 몇차례 건의해 온 낙동강 하구둑 건설에 대한 견해를 다시 한번 재고해 주기를 바란다.
그 이유는 본 보존회의 건의가 하구둑 건설에 대하여 반대만을 위한 감상적인 것이 아니고, 본 보존회가 그 어느 사회단체보다도 낙동강 하구 일대의 자연적 문화적 가치를 깊이 인식, 그 동안 각 분야의 조사 연구를 통하여 낙동강 하구 일대의 개발이 결코 이 일대의 주민들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을 구명한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제2회 부산시민강좌
  낙동강하구둑 기공식을 열흘정도 앞둔 4월 12일 부산가톨릭센터에서 '하구언 착공에 따른 낙동강 보존, 이젠 어떻게'란 주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하구둑 건설사업 주체인 산업기지개발공사측도 참석하였는데 이날 산개공측이 만들어 배포한 자료를 보면, 하구둑 건설이 됐을 때의 편익을 설명한 부분에서 종래와 입장차이가 있었다. 토론회 과정에서 지적되거나 밝혀진 문제점에 대해 산개공측은 상부에 건의해 가능하면 수용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실제 물고기가 다닐 수 있는 어도 설치 등은 낙동강보존회의 노력으로 이뤄진 실적 가운데 하나였다.
  
  
• 낙동강 하구둑 기공
  1983년 4월 정부는 낙동강 하구둑 건설을 환정하고 기공식을 가졌다.
  기공식을 전후한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는 하구둑 건설에 대한 찬사 쪽으로 선회하고 있었다. 그 동안 보호론에 많은 비중을 두어왔던 언론계에서도 하구둑 기공식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찬사를 보내는 곳, 냉정하게 기공식을 가진 사실만을 보도하는 곳이 있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 보존에 임원에 대한 정보기관 사찰
  정보기관의 보존회에 대한 사찰은 임원들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당사자의 활동에 많은 제약을 주었다. 이론인해 보존회의 실질적인 활동도 많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 을숙도 걷기대회와 백일장
  이러한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로서 회원을 비롯한 일반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꾸민 것이 복합적인 걷기대회였다.
  
  
• 하구둑 건설과 보존회의 방향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낙동강보존회가 처한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 지기만 했다. 당시 어려움이 어떠했는지는 이사 등 임원들의 정기 이사회 참석자 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사와 회원들 사이에 보존회의 뜻을 지켜가자는 존속파와 더이상 활동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해체파의 양론이 대두돼 갈등이 심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