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새해 신년 모임을 겸한 긴급 이사회에서 보존회의 재기와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회장단 구성을 마치고
사무실 운영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 회장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사진 정비였다. 그리고 낙동강보존회 선언문을 새긴 기념비 건립 추진이었다.

이 제안의 배경은 그동안 침체기간이 길었던 데서 생겼던 보존회의 해상 등과 같은 오해나 소문을 불식시키면서, 낙동강보존회가 건재하다는 사실과 함께 보존회의 뜻과 활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었다.

아울러 낙동강 하구둑 건설의 잘못을 간접적으로나마 지적하여 건설 주창자 및 입안자들을 후세에까지 널리 알려서 다시는 이와 같은 잘못을 범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하자는 의도도 강하게 작용했다.

새 회장단 구성 이후에도 가장 절실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항은 재정 확보와 안정적인 사업추진이었다.

회장단에서 사무실 운영비를 지원해 주기로 한 약속은 어느 시점까지 가능한 일이지 무한정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기념비 설립과 같은 사업도 가벼이 여길 성질의 것이 아니었지만, 재정적인 안정이 더 시급하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그 방안가운데 한가지가 새로운 이사 영입이었다.

재정문제와 관련하여 나온 다른 한가지 방안은 법인 설립이었다. 사단법인 설립 건이 제안된 배경에는 관계기관에서 인가를 받으면 행정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시행하는 각종 프로젝트 등 대외사업외도 참여할 수 있어서 사업의 활성화 및 재정 안정에도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에서 였다.

1986년 무렵의 법인에 관한 논의는, 그 동안에 있어 왔던 재정문제 논의 차원에서 벗어나, 보존회의 존립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

그리하여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1987년 6월 12일 환경청에서 사단법인 인가 통보를 받았다.

사단법인으로 새출발을 한 낙동강보존회는 그에 맞춰 여러 면에서 변화를 추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한 변화는 각종 사업의 성격이나 내용면에서 두드러졌다. 과거에는 직접 환경정화활동을 벌이는 등 야회 행사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이 무렵부터는 문화예술 부문 등 정신적인 활동에 많은 비중을 두어 나갔다.

보존회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낙동강을 되살리는 일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낙동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어야 하고, 그들을 낙동강을 지키는 역군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뜨거운 피가 가슴 가득 돌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자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과 방향에서 낙동강을 보고 접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들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이것이 사단법인 낙동강보존회로 출발하면서 변신을 꾀하게 된 바탕이 되었다.

• 낙동강 탐사회
  

  창립 초기에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탐조회도 이름을 탐사회로 바꿨다. 하구둑 건설로 철새도래지나 철새가 갖는 의미는 퇴색돼 버렸다고 판단해서 였다. 게다가 이젠 낙동강의 생존 자체가 현안이 돼 있기 때문에 수질 이나 연안 환경의 변화 등 낙동강 자체를 보살피는 일에 비중을 두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탐사회는 보존회 사업 가운데서 유일하게 남은 야외행사 였다.

  
  
• 강노래 연주회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행사 가운데 하나가 연주회였다. 시민들의 의식고취를 위해 열린 연주회는 주위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

  
  
• 낙동강 보존 및 공해예방 그림널리모음
  이들 사업 가운데 가장 의의가 컸던 행사는 1988년에 시작한 '낙동강 보존 및 공해예방 그림공모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행사는 청소년들에게 낙동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면서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아울러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환경 및 미술과목 등의 교육에 필요한 자료 제공이나 실기 지도에도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초.중.고등학생들이 현실에서 직접 간접으로 맞부닥치고 있는 낙동강의 수질오염문제나 환경보존의 중요성 등에 대해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여 그림으로 나타내게 하는 행사는 국내에서는 공해예방 그림널리모음 행사가 최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낙동강 보존, 부산의 판화전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그림널리모음 행사와는 별도로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판화가들이 중심이 돼 낙동강을 주제로 한 전시회도 기획했다.
  이 전시회는 예전에 여러 차례 가졌던 전시회들과는 달리 낙동강이라는 존재가 아름답거나 추하다는 문제를 떠나 작가 자신이 느끼고 있는 낙동강자체를 자유롭게 다루도록 했다.
  
  
• 낙동강 보존회 의견서
  이러한 문화 예술행사와 함께 보존회가 창립 때부터 가장 비중을 두어 왔던 사업의 한가지는 낙동강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밝혀온 보존회 의견 제시였다.
  보존회는 이러한 의견 제시를 통해 정부 등에 낙동강의 수질개선대책 수립을 강력히 요청하기도 하고, 독자적인 대안 등을 내놓으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앞장 서 왔다.
  사단법인이 된 뒤에도 곧바로 문제 제기를 했다.
  낙동강하구둑이 완공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데도 환경청 등 관계기관에서는 하구둑 상류지역에서 유입되는 하.폐수에 대해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구둑이 완공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갖가지 후유증에 대해 관련 기관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보다 못해 보존회에서는 조기 완공으로 인해 우려되는 문제를 여러번 지적하였으나 당국에서는 조기 완공한 것만으로 일손을 놓고 있었다.
  완공된지 6개월 남짓한 시점에 이르러 낙동강 하구둑 안쪽 지역에서는 물속의 산소가 고갈돼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등 심상찮은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때에도 보존회는 어김없이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를 하지 않았던 결과가 바로 오늘날의 낙동강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