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은 옛부터 전국 인구의 1/3에 해당되는 부산, 영남유역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낙동강 상류에 중금속을 비롯한 독극물을 배출하는 공해 유발공단을 구미와 대구지역에 집중적으로 유치함으로 인하여 낙동강 하류인 부산, 경남의 상수도 수질은 상수도 원수로 사용하기가 불가능할 지경으로 극심하게 오염이 되었습니다.
이번 구미공단에서 배출된 페놀폐수로 인한 문제는 지금까지 누적되어온, 더 심각한 각종 오염문제 중에서 우연히도 페놀이 냄새를 내는 물질이기 때문에 발견된 한가지 예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낙동강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게 될 지경에 이르고 말 것입니다.
그같은 엄청난 비극이 닥치기 전에 부산, 영남 주민의 유일무이한 젖줄인 낙동강을 회생시키기 위하여 범국가적인 관심-예를 들면 한강 관리만큼이라도 관심을 가지실 용의가 없으신지요?
서울은 한강이 없어도 팔당같은 상수원이 있지만, 우리는 낙동강이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류 역사상 유례가 드물 정도로 어마어마한 생태계 파괴를 자초하면서까지 하구둑 공사를 강행한 개발론자들이 거대한 자연파괴와 급속한 수질악화의 뒷감당을 해낼 길이 없자 궁여지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소위 상수원의 다변화라는 대안은 그 허구성으로 인하여 더 큰 비극을 자초할 우려가 큽니다. 예를 들면 합천댐을 상수원으로 하겠다는 당국과 개발론자들의 발상에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어 있습니다.
1. 총 저수량 8억톤 안팎인 합천댐은 부산, 경남지역 상수원으로 절대 부족합니다. 전량을 몽땅 끌어댄다 하더라도 일일 소모량이 2백만톤 가량인 부산시민의 1년치 상수원으로도 빠듯합니다.
2. 합천댐은 다목적댐인고로 그 물은 농업용수, 발전용수, 낙동강 하천유지 수량 조절기능, 경남지역 상수원수 등에 쓰여져야 하므로 항시 일정량은 유지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3. 합천댐을 특정지역 상수원으로 빼어 써 버리면 낙동강하천유지 수량조절 기능이 박탈되어 낙동강 오염은 더욱 가속화 될 것입니다.
당국과 개발론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가장 가능할 것도 같은 대안인 합천댐이 이러할진대 부산, 경남 주민에게는 살길이 낙동강뿐이라는 것은 명약관화입니다.
이에 낙동강을 최저한 상수원수로 사용 가능할 정도까지 회생시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범국가적으로 관심과 노력과 투자를 경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1. 먼저 대구, 구미를 비롯한 중상류지역의 공장폐수와 생활하수의 처리시설 을 시급히 확충토록 해 주십시오.
2. 특히 폐하수처리시설의 가동여부에 대한 추상같은 감시체계를 확립시켜 주십시오.
3. 하구를 매립하여 땅을 얻고자 하는 본심은 감춘 채 염해방지와 용수 확 보라는 미명아래 낙동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서 낙동강의 뛰어난 자정능력을 말살하고 오염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하구둑은 을숙도를 중심으로 하여 수문이 설치되어 있는 동쪽흐름은 수문을 연중 최대한 개방토록 하고, 둑을 쌓아 통채로 막아버린 서쪽 흐름도 수문공사를 하여 시급히 터 주어야만 합니다.
4. 아울러 양산, 부산을 비롯한 중하류지역의 폐수와 하수에 대한 처리시설도 확충 강화토록 하여야만 합니다.
5. 수자원공사는 안동댐, 합천댐, 남강댐 등 상류댐에 물을 가둬 놓고 물값 받는데만 물을 대주고 물값 못받는 낙동강유지 수량조절에 인색하던 생각을 이제는 크게 바꿔야 합니다. 특히 갈수기에 하천수량 유지를 위해 댐의 방류기능을 강화토록 해 주십시오.
6. 낙동강 수질관리가 상호 연관도 협력도 없이 지역분화체계로 분산되어 있는데,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총괄관리토록 해 주십시오. 예를 들면 환경처와 부산직할시는 부산관할지역인 물금취수장 인근만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선포하고, 맡은 일 다한 것처럼 손을 털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별로 각기 전시행정 양상으로 팔따로 다리따로 눈감고 아웅이 되어서야 1,300리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은 회생이 영원히 불가능할 것입니다.
7. 앞으로 낙동강유역 공단 증설은 무공해업체 위주로 하고, 기존 공해업체들은 적정지역으로 이전 재배치하는 용단을 내려 주십시오.
8. 홍수경보체제나 상수원수 수량경보체제나 마찬가지로 상수원수 수질경보 체제를 제도적으로 확립 시행토록 해 주십시오. 지역별 수질측정치를 주 1회 공표토록 하여 업주나 시민이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 오염 유발행위를 삼가토록 하는, 총체적 감시 분위기가 성숙되어야만 합니다.
9. 합천댐 상수원수 해결 운운과 같은 개발론자 및 당국의 발상은 하구둑을 비롯한 저들의 역사적 과오를 증발시켜 버리고 낙동강은 포기해 버리자는 저의를 감추고 있습니다. 차제에 낙동강 하구둑같은 엄청난 잘못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물어서 사회정의와 기강이 단단히 바로 서도록 하여야 합니다.
10. 상류의 댐들이 그동안 인색해 하던 하천유지수량 조절기능을 다하여 방류량을 늘리고, 중상류의 업체들이 폐수방출을 억제함으로서 페놀사태이후 역설적으로 1주일만에 한 때 낙동강 수질이 30여%나 좋아 졌습니다. 이는 결단하고 실천하기만 하면 낙동강이 좋아 질 수 있다는 명백한 증좌입니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께서 그 결단과 실천의 의지를 먼저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1991년 5월 9일
4백만 부산시민을 대표하여-
(사)낙동강보존회, 부산YMCA, 부산YWCA, 부산공해추방시민운동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 부산연합,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부산기독교사회운동연합, 정토구현 부산경남승가회,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부산시지회, 한국부인회 부산지부, 한국소비자연맹 부산지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 부산경남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일하는 사람의 건강을 위한 의사회, 청년Y부산시연맹 녹색평화회, 환경문제 부산시민운동협의회, 부산경남 민주화교수협의회, 부산여성회, 부산민족민주운동연합,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부산지부, 경제정의실천 부산시민연합, 한국도덕과학연구협회 부산지부.
페놀사태에 대한 부산시민단체대책회의
집 행 위 원 장 이 용 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