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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낙동강 하구를 개발하려는 구상이 진행되고 있다. 낙동강보존회는 부산 시민의 영원한 복리를 위해 개발과 자연보호의 두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우리들의 소신을 보다 과학적으로 주장하는 바이다. 이미 자연보호헌장에도 밝혀져 있듯이 어떠한 경우에도 개발이 자연보호에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낙동강 하구와 같은 거대한 자연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낙동강 하구를 개발이란 이름으로 미숙한 계획에 의하여 그 본연의 환경조건 을 파괴하는 것은 바로 300만 부산시민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 낙동강보존회는 자연보호라는 명분만으로 모든 필요불가결한 개발마저 저지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란 것을 강조한다. 우리들의 후손에게 무서운 공해병을 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낙동강 하구의 개발을 구상하는 관계자들에게 우리들의 견해를 밝혀두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산시의 발전을 위한 낙동강 하구 개발의 타당성은 부산시의 발전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나 현시점에서 낙동강 하구의 개발을 조급히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하구 지역의 공업단지 건설에는 필연적으로 공업항의 건설이 따를 것이고, 또한 배후 주거지의 건설을 해야 할 것이다. 이들 지역의 대기오염의 방지, 물금취수장의 보호 등 환경보존에 필요한 모든 사항이 종합적으로 검토된 후에 하구 개발의 계획과 실시가 결정되어야 한다. 특히 부산시의 식수원은 정부 시책이 공해방지법에서 환경보전법으로 옮겨가면서 수질관리가 더욱 강력화 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폐수, 가정하수 등에 의하여 날로 오염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상류지역의 오염규제를 철저히 하고 있지 못한 현 실정에서 하구언을 건설한다면, 상류에서 오는 오염된 강물과 토사를 완전히 방출하지 못하게 되어 300만 부산시민의 생명선 인 물금취수장의 식수원이 위협을 받게 된다. 이러한 현시점에서 낙동강 하구 에 공업단지를 건설하려면 다음의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먼저 공업항의 건설에 필요한 기초조사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하고 있는 삼각주의 선단을 매립하여 공업항을 건설하려면 ①건기와 우기, 홍수 전 후에 있어서의 유사량의 변화 ②표사의 기원 ③연안류, 파랑, 조류의 기록 ④홍수 전후, 태풍 전후의 삼각주의 발달과 변형 등 하구의 변형을 일으키는 요소들에 관한 10년내지 20년의 장기간에 걸쳐 계속적으로 시행하여 얻어진 조사자료가 필요하다. 주로 단편적인 조사자료를 기초로 하여 공업항을 계획, 건설한다면 외항의 수심을 유지하기 위한 퇴적물의 계속적인 준설에 막대한 비용이 소모될 것이다. 또 지나친 방파제의 연장축조로 필요없이 과다한 건설비가 소모된다. 또한 삼각주의 변형에 따른 하상의 상승은 홍수의 재해를 일으킬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으며, 그 방지를 위한 하안둑의 건설에 막대한 비용의 부담 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대기오염과 기상재해를 막을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특히 여름철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정체하고 있을 때, 그리고 강수현상이 없고 풍속이 약할 때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그 풍향이 남풍내지 서남풍이기 때문에 공업단지의 오염된 기류가 부산시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또 낙동강 하구부근은 일종의 기류의 난류현상에서 오는 역전층을 형성하기 쉬워 오염된 대기가 확산하지 못하여 공업단지와 배후 주거지의 주민들에게 대기오염의 피해를 크게 줄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절대농지로 되어 있는 김해평야도 울산공업단지 주변과 마찬가지로 많은 농작물이 치명적인 재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대기에 관한 확실한 기초조사가 이루어진 연후 대기오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가의 여부를 검토한 후에 공업단지와 배후 주거지의 건설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하구언의 건설에 있어서는 상류지역의 폐수에 의한 오염을 먼저 규제한 후에 그 성과를 보아 하구언 건설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공업 및 생활용수 확보나 염해방지는 안동댐의 방류조절로 할 수 있음은 최근의 실정으로 충분히 알려진 것이다. 용수 확보도 물론 필요하나 하구언을 건설함으로써 일어나는 강물의 정체와 오염된 퇴사의 누적으로 인한 오염의 확산은 물금취수장의 식수원을 오염시킬 위험이 오히려 크다. 낙동강의 물과 퇴사의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은, 기형어가 날로 증가하고 홍수시에는 하구의 상하류에서 어류의 떼죽음이 일어난다는 것으로서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강물의 정체를 막고, 오염된 퇴사의 완전 제거가 보장되지 못할 경우 하구언을 건설한다는 것은 부산시민의 입장에서는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용수의 확보가 필요하다면 오히려 합천댐의 건설로써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낙동강 하구는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인데, 여기에 공업단지와 하구언이 건설되면 철새도래지가 파괴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최근 부산시민의 의식조사에 의하면 대다수(82.9%)의 시민들이 철새도래지를 지키고, 더욱 아름답게 보존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상의 관점에서 낙동강보존회는 낙동강 하구의 보존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건의한다.
1. 환경보존을 위하여 대기오염, 수질오염 및 토사오염에 관한 기초조사를 장기간 실시해야 한다.
2. 경제적인 국토개발을 위한 충분한 해류, 표사, 유사 및 수문조사를 해야 한다.
3. 생태계의 변천에 관한 충분한 조사를 해야 한다.
4. 위의 기초조사가 이루어진 후 낙동강 하구의 개발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1980년 3월 11일 |
